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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백봉사상 대상 받은 김순희씨…장애아 代母 34년

[중앙일보] 입력 2003-11-27 오후 6:05:01 / 수정 2003-11-28 오전 10:10:19
돌이 갓 지나면서 막내동생은 소아마비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반신이 마비된 동생은 자리에 누운 채 골목길에서 또래들의 뛰어노는 소리를 들으며 눈물짓곤 했다. 가슴이 시렸던 누나가 여고를 졸업하자마자 선택한 직장은 그래서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는 곳이었다.

제27회 청백봉사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순희(金 順 .57.지방기능직 8급)씨는 서울시립아동병원과 이렇게 인연을 맺었다. 서울시립아동병원은 주로 무연고 아동과 장애아동들이 맡겨져 병이 완쾌되거나 사망할 때까지 재활치료를 받는 곳이다. 대부분이 자폐증.정신지체.발달장애.간질 등 서너 가지의 합병증을 앓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것은 물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고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지낸다.

金씨는 34년째 이곳에서 중증 장애아들을 도맡아 돌보고 있다. 식사를 일일이 도와주고 똥걸레를 빨고 목욕을 시키고 옷을 갈아입히고 잠이 들 때까지 놀아준다. 그는 "더 좋은 곳을 찾아가는 주변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내다 보니 어느덧 정년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며 웃는다.

시립아동병원으로 오는 아이들은 대부분이 장애아라는 이유로 부모로부터 핏덩이인 채로 버려진 아이들이다. 金씨는 "어딘지도 모르고 실려온 아이들이 자라 '엄마' 소리를 낼 때면 속으로 눈물을 삼키곤 한다"고 했다.

그는 " 내 손길이 갈 때마다 아이들은 제 처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해맑은 웃음을 짓곤 한다"며 "그 웃음을 보지 못한 사람은 쳇바퀴 돌듯 하는 내 생활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金씨는 13년 전 남편과 사별했다.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남편이 두고 간 아들과 딸을 모두 대학까지 졸업시켰다. 아직도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막내동생에게는 매월 30만~40만원씩을 생활비로 보태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달동네에서 벗어나 재개발 아파트를 분양받아 새집으로 이사를 했다. 金씨는 "내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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